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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선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1998년 2월 제정돼 그해 7월 시행됐다. 파견법 제정 시도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했다. 정부는 93년 10월 첫 파견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동자들은 반대했고 사용자들은 제정을 독촉했다. 97년 외환위기는 논쟁을 종결시켰다. 국가부도라는 급박한 상황이 법률 제정을 몰아붙였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원칙은 무너졌다. 이후 8번의 개정이 이어졌지만 논란은 계속된다. 도급과 파견의 구분기준이 모호해 불법파견이 횡행했다.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고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는 자유한국당 당론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동자들은 파견법 시행 20년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원청 직접고용만이 발전노동자 죽음 멈출 수 있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화력발전소에서 20년째 용역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공정 가운데 연료설비와 환경설비를 운전하고 정비하는 업무를 한다. 원래 공기업 발전사 정규직이 했던 업무지만 정부가 경쟁력을 이유로 설비 운전과 정비업무를 민간업체에 넘겼다. 10개도 안 되는 민간업체가 나눠 먹기 식으로 운영하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

정작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곳은 같아도 용역업체 입찰에 따라 3년마다 이 회사 저 회사로 팔려 다니는 신세가 됐다. 우리는 원청인 발전사에서 직접 업무를 지시받고, 통제를 받기 때문에 민간위탁이 아닌 사실상 불법파견이다.

발전소에서 최근 5년간 346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그중 97%인 337건이 하청노동자가 당한 사고다. 이달 4일에도 여수 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동료를 잃었다. 한 명이 죽고 네 명이 큰 화상을 입었는데 전부 하청노동자들이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유지한다면 사고를 줄이지도, 죽음을 멈출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서 안전하게 일하고 싶기 때문에 발전공기업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동일노동 차별임금, 자회사로 껍데기만 바뀌어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파리바게뜨는 거의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그나마 설이나 추석에 선택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는데 그마저도 회사에서 점주에게 지원금을 준다고 하며 문을 열라고 하니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점포가 생긴다. 점포가 문을 여는 건 그렇다 치고, 빵을 만드는 직원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명절에 누가 일하고 싶겠는가. 그때부터 명절에 누가 일할 것인가를 두고 기사들 사이에 눈치게임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 눈치게임에 본사 소속 기사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본사 소속 기사들은 ‘빨간날’ 일을 하면 안 된다나 뭐라나. 그렇게 협력사 기사들끼리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는 와중에 본사 기사의 투정 아닌 투정이 마음에 박혔다. 본사 기사가 명절선물인 김을 가지러 퇴근 후 사무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불만을 얘기했는데, 협력사 직원들이 알면 기분 상해할 거란 걸 알긴 알았는지, 본사 기사들에게만 조용히 연락을 돌렸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조치 이후 어떤 차별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동일노동 차별임금, 차별받는 휴무 개수, 본사기사에게만 열려 있는 진급 기회 등 여러 차별이 있지만 나는 이상하게 항상 김이 떠올랐다. 저 김이 “너는 파리바게뜨 직원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후 노조를 만들었고, 많은 관심 속에 직접고용 투쟁을 하다 2018년 1월11일 사회적 합의를 하며 피비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협력사 사장이 자회사 지역본부장이 됐고 갖은 부당노동행위로 직고용 포기각서를 받아가던 현장 관리자도 그대로다.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내부는 그대로고, 직고용을 반대하는 복수노조가 생기며 생긴 직원 간 갈등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 판단했고 정부가 바뀌며 힘도 받고 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회사는 버텼다. 노동부는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부당노동행위는 계속 일어났고, 결국 자회사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노동부의 판단에 희망을 갖고 긴 투쟁을 하는 사업장이 많다. 판단 이후를 노동자 몫으로 남겨 놓지 말고, 불법파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있었으면 한다. 회사가 법 위에 있는 건 아니니까.


파견법 20년, 사용자 책임 회피만 도왔다
김태우 연합노련 정책본부장

김태우 연합노련 정책본부장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유연화 조치로 정부가 정리해고제와 함께 파견법을 제정해 이듬해 7월1일 시행했다. 파견법은 지난 20년간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파견노동자의 삶의 질을 후퇴시켰다. 위험과 사용자 책임의 외주화는 하청·용역·도급이라는 왜곡된 고용형태로 나타났고, 지금도 파견노동자들은 차별과 위험 속에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가 파견법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

올해는 파견법이 생긴 지 20년이 되는 해다. 지난 20년간 노동시장에 나타난 문제들의 핵심에는 무차별적으로 양산된 파견·용역이 있다. 파견노동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파견법이 오히려 원청업체의 책임 회피를 돕는 법이 됐을 뿐이다. 사용자들은 파견법의 일부 제한 조항조차 지키지 않기 위해 사내하청·사내하도급·용역이란 이름으로 필요한 인력을 직접고용하지 않는다.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가 노동자를 사업자로 둔갑해 노동법을 무력화한 것이라면, 파견을 포함한 간접고용 문제는 실제 사용자가 사라지고 아무런 권한도 없는 파견업체와 하청업체·용역업체라는 3자를 내세움으로써 노동법을 형해화한 것이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조장하는 파견노동은 사라져야 한다. 파견법이 더 이상 파견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는 것이 확인됐다면 이제는 폐기해야 한다. 노동존중 사회는 모든 노동자에게 온전한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파견법 철폐가 답이다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금속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금속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

파견법은 수백 년에 걸쳐 힘겹게 쌓아올린 노동의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노동자를 노예 수준으로 전락시킨 법이다. 사람을 사고파는 자본의 민낯, 그리고 처참하게 버려진 삶의 조각들. 그것이 바로 파견법 20년을 맞은 지금의 모습이다.

파견노동자는 소속감도 없고, 일에 대한 자부심도 없다. 노동에 대한 자존감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퇴근하는 문 앞에서 해고통보를 받는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해고되는 스산한 풍경이 바로 파견법 20년의 유산이다. 자본은 최저임금을 주면서 최고의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최저가로 팔리는 상품 같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구질구질한 게 파견노동자 삶이다.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경기도 안산 반월·시흥 시화공단 노동자의 15%를 차지하고 있는데 노동부 책임이 크다. 게다가 파견업체는 끊임없이 편법과 탈법을 넘나들며 파견법을 농락하고 있다. 직원 모집 광고에 도급업체라고도 쓰거나 직업소개소라고 쓴다. 하지만 결국 파견업체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파견업체는 이리저리 모습을 바꿔 가며 생명력을 과시하는데 노동부의 대응은 한참 뒷북이다.

파견노동은 반월·시화공단 전체의 근로조건을 하향평준화했다. 그래서 민주노총 안산지부는 2013년부터 반월시화공단 불법파견 투쟁의 목적지를 ‘파견법 철폐’로 삼고 있다. 파견법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더라도 ‘노예수준의 권리’에 불과하다. 파견법 철폐가 답이다.


진성도급? 불법파견? 중간착취 자체가 불법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자본은 진성도급이라 하고 노동은 불법파견이라 한다. 누군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고, “이 정도 증거만 있다면 충분히 붙어 볼 만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까닭에 노사 모두 근로감독 결과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결과에 목을 맨다. 그런데 법으로 이기면 뭐하나. 대법원 판결까지 몇 년, 자본은 시간을 질질 끌면 된다. 그동안 노조 결속력이 약해지면 자본은 생색내듯 자신이 유리한 지점에서 타협을 제안한다. 물론 법원에서 노동자가 지면 자본은 면죄부를 받는다.

재벌·자본은 법 위에서 불법의 기준을 스스로 움직여 왔다. 고용의제를 고용의무로 완화했고,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해 왔다. 도급인지 파견인지 불분명한 경우 때문에 ‘논란’이 생기면 시간을 벌어, 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꿔 왔다. 재벌 대기업은 상시·지속업무를 온통 외주화하는데 그럴듯한 업무지시·관리 애플리케이션을 하나 만들어 파견법·노동부 행정해석과 근로감독을 피해 왔다. 노동조합이 아무리 증거를 들이밀어도 노동부와 법원은 ‘불법파견의 요소가 일부 있으나 불법이라 볼 수 없다’고 한다.

파견법 20년. 안전하게 해야 할 업무가 위험해졌다. 파견업체·도급업체·하청업체들의 중간착취를 확대 허용했기 때문에 현장은 위험해지고, 노동자들은 고강도·장시간·저임금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자본이 설계한 법을 뜯어고치자. 중간착취 자체가 반인간적이고 반노동적이다. 중간착취를 없애고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실제 사용자가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도록 요구하자.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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